미-대만 국방부 고위 관리, 알래스카서 비공개 회담

해외

이데일리,

2025년 9월 05일, 오전 07:45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과 대만 국방 관계자들이 최근 알래스카에서 비밀리에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AFP)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제드 로열 미국 국방부 인도·태평양 담당 수석관이 지난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쉬쯔젠 당시 대만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과 만나 국방 사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회담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통해 군사력을 과시하기 직전에 이뤄졌다.

펜타곤과 대만 정부는 이번 회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비밀 회동은 미국이 대만과의 안보 접촉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중국과 관계 악화를 최소화하려는 복잡한 외교적 계산의 결과물이라는 평가다.

당초 지난 6월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정책 차관보와 구일젠 대만 국방부 장관이 각각 대표로 참석하는 고위급 회담이 워싱턴DC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미국 측이 막판에 취소했다. 표면적으로는 대이란 군사작전을 이유로 들었지만, 실제로는 대만 국방장관이 공식적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것이 미중 정상회담 추진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만다 샤오 유라시아그룹 중국 담당 이사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을 안심시키면서도 중국과의 무역합의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알래스카로 회담 장소를 정한 것과 차관급으로 회담 격을 낮춘 것도 중국의 반발 강도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에도 중국과의 무역 담판을 이유로 대만에 대한 F-16 전투기 판매 승인을 늦춘 전례가 있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알래스카 회담 역시 당시와 유사한 ‘거래적 접근’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대만 내부에서는 미국의 태도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전임 차이잉원 정부가 유지했던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 기조를 계승하겠다는 방침이다. 비크힘 샤오 부총통과 유익명 대미 대사는 미국 내 친트럼프 성향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워싱턴의 지지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불확실한 행보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번에 알래스카에서의 긴급 회담 개최는 대만이 군사 특별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하기 전 미국의 입장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즉 미중 무역협상과 대만 안보 보장이라는 두 가지 난제를 둘러싸고 절충점을 찾으려 했다는 것이다.

대만은 내년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3.3%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미국에 ‘자국 방위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이 입법부 다수를 차지해 예산안이 일부 삭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대만 간 협력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우려한다. 독일마샬펀드의 보니 글레이저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빅딜을 고려한다면, 대만 문제는 협상 카드로 활용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대만 안보보다 대중 협상 성과를 우선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첫 행정부 시절 대만 국방부 고위 관리를 지낸 아시아 안보 전문가 하이노 클링크는 “대만과의 고위급 회담이 미국의 국익에 매우 중요하다”며 중국, 러시아, 북한의 연대 강화와 비교하면 “미국과 대만의 접촉은 정당성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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