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했던 인플레, 관세 맞고 깨어났다…멀어지는 금리인하

해외

이데일리,

2025년 7월 16일, 오후 07:06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월 2.9%를 기록하며 전달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관세 영향이 일부 품목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도 불구 연방준비제도가 금리인하에 더욱 신중을 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텍사스 주 휴스턴의 월마트 슈퍼마켓에서 직원이 식료품에 가격표를 새로 붙이고 있다. (사진=AFP)
◇다시 고개드는 소비자물가…상품가격 상승세 두드러져

15일(현지시간) 미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2.7% 상승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와 일치하지만, 5월(2.4%)보다 상승률이 높아졌다. 전월대비로는 0.3% 오르며 지난 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같은 기간 2.9% 올랐고, 전월대비로는 0.2% 올랐다.

구체적으로 보면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 가격은 0.2% 올랐다. 관세 영향을 직접 받는 가구, 장난감, 가전제품, 의류 등 품목에서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 탓이다. 이는 기업들이 수입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반면 자동차 가격은 예상과 달리 하락했다. 신차(-0.3%) 및 중고차 가격(-0.7%)은 전월보다 하락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관세 인상을 우려해 차량 구매 시점을 앞당기면서 6월 수요가 일시적으로 줄어든 영향으로 해석한다.

인플레이션 인사이츠의 오마이르 샤리프 대표는 “자동차를 제외한 근원 상품 가격은 6월에 0.55% 상승해 2021년 11월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며 “이번 보고서는 관세의 영향이 본격화됐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서비스 부문 물가는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 부문 물가는 0.3% 상승했다. 서비스 중에서도 최근 수년간 물가 상승을 이끌었던 핵심 분야인 주거비는 호텔 가격 하락으로 0.2% 상승에 그쳤다. 연준이 중시하는 별도 지표인 ‘주거비와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슈퍼코어)’는 0.2% 상승에 머물렀다.

즉 관세 영향을 받는 상품 가격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아직까지는 서비스 가격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웰스파고의 사라 하우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 조짐이 보이지만, 아직 전면적 확산은 아니다”라며 “현재로선 일부 품목에 국한돼 있어 서비스 분야까지 번질 가능성이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리전스파이낸셜의 리처드 무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서비스 수요가 둔화하면서 전체 물가 상승 압력이 조절됐다”고 진단했다.

이번 물가보고서만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그칠지, 보다 광범위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지를 단정하긴 이르다. 일부 기업들은 관세 시행 전 재고를 비축해 단기적으로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있었지만, 여름 이후 본격적으로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오는 8월 1일부터 고율 상호관세가 적용되면 기업들이 더는 비용을 흡수하지 못하고 가격을 대거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7~8월 소비자물가 지표가 관세의 실질적인 영향을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 내부에서는 금리 인하를 서둘러야 한다는 ‘비둘기파’와, 관세 효과를 좀 더 지켜본 뒤 결정해야 한다는 ‘매파’ 간 견해차가 뚜렷하다. 대표적인 비둘기파인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평균 관세율이 10% 초반에 머물 경우 7월 금리 인하를 지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통보한 상호관세율은 평균 10% 후반대로, 이른바 ‘TACO(트럼프는 늘 물러난다)’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인플레 우려에도 트럼프 “3%p 내려야”…연준 흔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기준금리 25bp(1bp=0.01%포인트) 이상 인하 확률을 전날 62.6%에서 55.5%로 낮췄다. 미 국채금리도 일제히 꼬리를 들어올렸다.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글로벌 국채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는 6.4bp 오른 4.491%를 기록하며 4.5%에 다가섰고, 30년물 국채금리도 5bp나 뛰면서 다시 5%를 넘어섰다. 지난 4월2일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율을 발표한 뒤 국채금리가 치솟았던 수준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가 커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준은 금리를 3%포인트 인하해야 한다. 현재 인플레이션은 매우 낮다”며 파월 의장을 또다시 압박했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 경영자는 이날 실적 발표자리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내년 봄까지 파월 의장을 교체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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