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AI인프라 군비 경쟁 막 올라…"원자로 5기 수준까지"

해외

이데일리,

2025년 7월 15일, 오후 04:39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이어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도 5기가와트(GW)급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섰다. 이는 원자로 5기와 맞먹는 전력을 소비하는 시설로, 인공지능(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막대한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데이터센터 확충 경쟁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14일(현지시간) 자사 소셜미디어 스레드와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오하이오주에서 첫 번째 데이터센터인 프로메테우스를 가동할 예정”이며 “이외에도 여러 개의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추가로 구축 중”이라고 밝혔다.

내년 가동 예정인 프로메테우스는 1GW 이상의 전력 용량을 확보한 데이터센터다. 저커버그 CEO는 분석기관 세미애널리시스를 인용해 “프로메테우스 가동으로 메타는 1GW 이상의 전력 용량을 가진 ‘슈퍼클러스터’를 갖춘 최초의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루이지애나에서 전력 용량을 5GW까지 확장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하이페리온 건설에 착수했다. 5GW급 데이터센터는 원자로 5기 출력과 맞먹는 수준으로 약 350만 가구에 1년 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하이페리온은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하며 초기엔 2GW급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AI 인프라 확충을 위한 충분한 자금도 확보했다. 메타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발표 후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예상되는 자본적지출(CAPEX) 규모를 기존 600억~650억 달러에서 640억~720억 달러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사진=AFP)
오픈AI에 이어 메타도 5GW급 데이터센터 구축에 뛰어들면서 빅테크 간 AI 인프라 확충 경쟁이 한층 달아올랐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 두 곳의 신규 데이터 센터를 짓는 데 33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오픈AI는 이달 초 오라클과 4.5GW급 컴퓨팅 연산 규모를 갖춘 데이터센터를 임차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 대규모 확장 계획에 따라 이뤄졌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와 소프트뱅크 주도로 지난 1월 출범한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로 챗GPT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차세대 AI 모델 개발을 위해 필요한 컴퓨팅 파워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4년간 최대 5000억 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첫 데이터센터는 올해 말 텍사스 애빌런에서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며, 전력 용량은 1.2GW급으로 알려졌다. 오픈AI는 블로그를 통해 “이 프로젝트는 미국의 재산업화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미국과 동맹국의 국가 안보를 보호하는 전략적 역량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빅테크들은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AI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자원인 인재 확보에 있어서도 전쟁 수준의 쟁탈전을 벌이는 중이다.

메타는 AI 학습 데이터 기업 스케일AI의 지분 49%를 인수하고 창업자인 알렉산더 왕을 최고 AI 책임자로 영입했다. 이외에도 깃허브 전 CEO인 냇 프리드먼, 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 창업자인 다니엘 그로스 등 스타급 AI 연구자들을 줄줄이 영입했다.

메타는 최근 초지능 AI 개발을 위한 조직인 ‘슈퍼인텔리전스 랩스’를 설립하고 초기 인재 명단을 공개했는데, 여기에 오픈AI 출신의 연구자들이 대거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대표적으로 오픈AI의 o-시리즈 모델 공동 개발자 트래핏 반살, GPT-4o 보이스모드와 o4-미니 공동 개발자 슈차오 비, 포스트 트레이닝 그룹을 이끌었던 홍위 렌, 인지(perception) 팀을 이끌었던 지아후이 위, 합성 데이터 책임자였던 셩지아 자오 등이 포함됐다.

메타는 최고 수준의 AI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최대 1억달러(약 1400억원)의 보상 패키지를 제안하며 공격적인 영입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GW급 데이터센터 확보로 인재 영입 활동에도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저커버그 CEO는 “슈퍼 인텔리전스 랩스는 업계 최고 수준의 컴퓨팅 능력과 연구원 1인당 가장 많은 컴퓨팅 자원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며 “최정상급 연구자들과 함께 프론티어를 개척하게 될 날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응해 오픈AI도 내부 인재 단속에 나섰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내부 메신저를 통해 연구 인력에 대한 보상 체계를 재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메타가 하고 있는 (인재 빼가기) 방식은 오픈AI 조직 문화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리는 이 사안에 대해 공정하게 대응할 것이고, 단지 메타가 데려가려 한 사람만을 위한 정책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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