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기차로 1시간 거리의 한 도시에서 사는 일본인 여성 A(28)씨는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녀는 한국 친구를 사귈 수 있다고 소문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영업을 하는 한국인 남성을 만나 1년 간의 장거리 연애 끝해 지난해 결혼해 한국으로 이주했다.
일본 여성과 한국 남성의 결혼이 최근 늘고 있다. 일본 여성을 끌어당기는 것은 높아진 한국 경제력과 케이팝(K-POP) 아이돌 등 한류 문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웨딩거리 한 웨딩드레스 판매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일 커플의 증가는 통계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일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남성과 일본인 여성의 혼인 건수는 전년 대비 40% 증가한 1176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규모다.
다만 한국 여성과 일본 남성의 결혼은 147건에 그쳤다. 10년 전의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인의 혼인 건수는 10년 전보다 30% 가까이 줄어든 가운데 국제결혼이 증가, 전체 혼인의 10%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로 방문하는 베트남인이나 중국인과 결혼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본인 배우자로 둔 혼인 증가율이 13%를 기록한 게 눈에 띈다.
일본 내 한류 문화 열풍이 한국과 일본 남녀의 거리를 좁힌 주된 이유로 꼽힌다. 2003년 방영된 드라마 ‘겨울연가’는 일본에서 첫 번째 한류 붐을 일으키며, 당시 40대 이상 여성들은 한국에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됐고, 이는 자녀와 손자의 결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인터넷을 통해 양국이 서로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아진 점도 한일 커플이 증가한 배경이다. 한국인 연인을 찾는 매칭 앱 외에도 온라인 게임에서도 한국인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늘고 있다. 여기에 일본 남성과의 차이에 기대를 거는 이들이 많아진 점도 국제 커플이 늘어나게 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적 격차 축소도 일본인 여성과 한국인 남성 간 결혼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1970~1980년대에는 일본의 경제력과 농촌 인력난을 배경으로 한국 여성이 일본 남성과 결혼해 일본으로 건너오는 경우가 많았고, 1980~1990년대에는 통일교(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합동결혼으로 한국으로 이주하는 일본 여성들이 늘어났다. 한국에 관심을 가진 여성들이 결혼을 위해 이주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은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다. 이 기간 한국은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을 추월했고, 최근에는 남성의 평균 임금이 양국 간 비슷해졌다.
닛케이는 “민간 외교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결혼 열기를 유지하려면 안정된 정치, 외교 관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