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룰라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브라질 방송사 레코드TV와의 인터뷰에서 “먼저 협상을 시도하겠지만, 협상이 실행할 경우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그들이 우리에게 50%를 부과하면 우리도 50%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존중은 좋은 것이다. 나는 존중을 베푸는 것을 좋아하고, 받는 것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룰라 대통령 앞으로 서한을 보내 브라질 사법당국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기소를 문제 삼으며 50% 관세 부과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2023년 룰라 대통령의 집권을 막기 위해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는 데 대해 “마녀사냥”이라며 옹호 입장을 드러냈다. 브라질 정부는 이에 대해 미국이 자국의 내정에 관세라는 방식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특히 “전직 대통령은 트럼프의 브라질 관세 방침에 동조하고 있으며, 그의 아들인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가 미국에 건너가 트럼프를 설득하는 데 일조했다”고 주장하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앞서 브라질 의회는 지난 4월 외국이 브라질 제품에 일방적인 무역 장벽을 세울 경우 대통령이 관세는 물론 수입 제한, 투자 차단, 지식재산권 중단 등 광범위한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무역 보복법’을 통과시킨 상태다. 이 법은 지난 4월 미국이 브라질에 10% 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제정됐지만,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보다 5배 높은 50% 관세를 부과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 법을 근거로 미국과의 무역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방침이다.
브라질 외교당국은 “미국이 관세를 실제 시행할 때까지 공식 보복 조치를 발표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8월 1일까지 시간이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브라질의 두 번째 교역 대상국으로, 브라질은 커피, 설탕, 소고기, 오렌지 주스 등 주요 농산물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미국은 브라질에 대해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이기도 하다.
룰라 대통령 최측근인 페르난두 아다지 재무장관은 이날 CNN 브라질 등을 통해 중계된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지난 15년간 미국을 상대로 한 상품 및 서비스 무역 적자액이 4천억 헤알(99조원 상당)을 초과했다”며 “미국의 관세 부과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질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6월까지 브라질의 대미 교역 누적 적자액은 902억 달러(124조원 상당)에 이른다. 이 기간 내내 브라질은 미국을 상대로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 무역대표부 홈페이지를 보면 지난해의 경우 미국과 브라질 간 교역액은 920억 달러(126조원 상당)로 추산되는데, 미국은 74억 달러(10조원 상당)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관세가 실현될 경우, 타격은 브라질이 아닌 미국이 더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쇠고기, 오렌지주스 커피 등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브라질은 미국을 대신할 대체 수요자를 찾을 수 있는 반면, 미국은 즉각적인 공급 부족에 시달릴 것이란 전망이다.
무역 소식통 4명은 로이터통신에 “50% 관세가 실제 부과되면 미국의 최대 커피 수입국인 브라질로부터 커피 수입이 사실상 중단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브라질 내 산업계는 정부에 외교적 해법을 주문하고 있다. 상파울루 산업연맹(FIESP)의 조제 고메스 다 시우바 회장은 성명을 통해 “이념과 개인적 성향을 넘어서 외교와 균형 잡힌 협상이 우선되어야 하며, 양국 간 관계에 상식이 되살아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