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가 운용한건데”…출자자까지 흔드는 SM엔터 주가조작 사건

주식

이데일리,

2025년 9월 04일, 오후 06:19

[챗GPT를 활용한 이미지]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가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에 활용되면서 해당 펀드에 자금을 댄 출자자(LP)로 제재 수위를 확대해야한다는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LP가 단순한 출자자가 아닌 의사결정 주체로서 자본시장법이 금지하고 있는 ‘OEM 펀드’를 결성했다는 의혹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법조계에선 일반적인 LP와 운용사(GP)의 관계에서 GP의 투자 오류에 대해 LP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본다. 고려아연(010130)이 출자한 자금을 원아시아가 시세 조종에 태웠다고 하더라도 그건 GP의 독립적인 영역이라는 것이다. 다만 펀드 조성 단계에서 주주간 계약 등을 통해 GP의 운용에 직·간접 지시를 내렸을 경우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원아시아파트너스 하바나1호펀드 출자를 두고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고려아연의 공방이 수일째 이어지고 있다. 영풍은 “SM엔터 주가조작 사건에 활용된 펀드는 사실상 고려아연이 만든 OEM 펀드”라고 주장하는 반면 고려아연은 “악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며 인위적으로 의혹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주문자위탁생산(OEM) 펀드란 제3자의 지시에 따라 펀드가 운용되는 형태로, 국내 법상 엄격히 금지돼 있다. 자본시장법 제85조에 따르면 설정·운용·청산 등과 관련한 모든 과정에서 투자자 등 제3자로부터 명령·지시·요청을 받아 운용하는 이른바 OEM 펀드 운용을 금지하고 있다. 투자자가 운용 관여를 막아 GP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고려아연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조성한 하바나1호펀드 자금의 99.82%를 출자했다. 사실상 고려아연이 단독 출자자다. 원아시아는 해당 자금을 활용해 2023년 2월 SM엔터 주식을 매집해 시세를 조종한 뒤 같은해 4월 고려아연에 520억원을 현금 지급, 12월 400억원 상당의 SM엔터 주식(44만640주)를 현물로 배당한 뒤 2024년 3월 펀드를 청산 처리했다. 이 모든 과정이 빠르게 진행됐다는 점에서 MBK·영풍은 OEM 펀드 의혹을 제기했다.

다만 OEM 펀드 규제의 경우 대부분 GP에게 국한돼 있다. 해당 펀드에 자금을 댄 LP에게까지 법적 책임을 문 경우는 드물다. 2020년 다수의 운용사에게 OEM 펀드를 주문한 농협은행이 판매사 중 처음으로 과징금 20억원을 받았고, 신영증권이 OEM 펀드 운용 책임을 받아 과태료 처분을 받았지만 이 역시 GP 대상 규제에 국한됐다.

국내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는 “LP가 단순 투자자라면 법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렵지만 단순 협의를 제외한 모든 명령, 지시, 요청 등은 위법 행위에 해당한다”라며 “주주간 계약에 따라 OEM 펀드 조성 사실이 입증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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