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분명 3종세트는 외모 중심적 풍조, 과잉 경쟁이 만들어낸 현상이라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하지만 비난만 할 수는 없다. 아이들과 부모들의 고충도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의 근본은 아이들의 생활 환경에 있다. 학원과 공부로 운동할 시간이 거의 없다. 밤 늦게까지 공부하고 전자기기를 사용하다 보니 숙면이 부족해 진다. 시간이 없어 간편식이나 인스턴트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다. 학업과 경쟁의 압박으로 정서적 긴장이 높다.
이런 생활 패턴은 자연스럽게 성장판 자극이 부족해지고, 성장호르몬 분비가 줄어들어 결국 키 성장 둔화로 이어진다. 간편식의 문제는 구강 건강 악화와 치아 문제로 이어지며, 장시간의 공부는 시력 저하와 안경 착용으로 이어진다. 아이들의 몸은 건강하게 자랄 틈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부모들은 고민 끝에 ‘외부적인 해결책’을 찾은 것이 3종 세트다. 성장호르몬 주사로 키를 보충하고, 치아교정으로 고른 치열을 맞추며, 드림렌즈로 안경을 피하려 한 것일 뿐이다. 이 선택은 결국 아이를 더 빛나게 하고 싶다는 부모의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기 보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자기반성적 질문도 남는다.
강남 아이들의 ‘3종 세트’는 단순히 외모 집착의 산물이 아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아이들의 일상적 성장 환경이 무너진 결과이고, 그 속에서 부모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대응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현상을 비난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회복하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한다.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공부 대신 충분한 수면, 간편식 대신 균형 잡힌 식사, 학원 순례 대신 뛰놀 수 있는 운동장을 마련해주는 것, 바로 그것이 진짜 성장케어이며 부모와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