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분쟁 끊이지 않는 정비사업 현장

오민석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산하)
이날 학술대회 토론과정에서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재개발·재건축 사업 현장의 비리는 심각한 수준이다. 2016년 이후 서울 소재 31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만 603건의 위반행위가 적발됐다. 하지만 수사 의뢰된 76건 중 실제 기소돼 처벌받은 경우는 12건에 불과해 처벌 효과가 미미한 상황이다.
구체적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부산 사하구 괴정5구역 재개발사업에서는 해임된 전 조합장이 예상 매출액의 0.5%에 해당하는 100억~150억원을 성과급으로 챙기려다 조합원들 반대로 무산된 사건이 있었다.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조합원 총회 의결 없이 13건, 1595억원 상당의 시공계약을 체결해 수사 의뢰되기도 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법적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조합 추진위원회가 선정한 업체의 조합 승계 문제부터 분양 자격 판단, 현금청산 대상자의 보상금 평가 시점, 정보공개 의무 위반까지 거의 모든 단계에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회계감사 성공 사례→‘변호사 외부감사제’ 제안
오 변호사는 외부 회계감사 제도의 성공을 근거로 변호사 외부사무감사제를 제안했다. 그는 “외부회계감사제도를 통해 회계투명성과 신뢰성이 크게 제고됐고, 분쟁을 예방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외부사무감사제도도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가 제안한 제도의 핵심은 시장·군수가 추천한 변호사를 조합이 선임해 정기적으로 사무감사를 받고, 분기별로 감사 결과를 조합원들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다. 외부 사무감사를 선임하지 않은 조합장 등은 형사처벌을 받는다.
◇“법적 위험 예방하는 사전 통제 기능 수행”
토론에 나선 이진형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오 변호사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정비사업의 고질적 문제인 비리와 분쟁을 예방하고,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이어 “외부 회계감사가 사후적 통제에 그치는 것과 달리, (변호사 외부사무감사제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상시적으로 법적 위험을 예방하는 사전 통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며 차별점을 강조했다.
이번 ‘변호사 외부사무감사제도’ 제안은 지난 2022년 김병기 의원이 발의했다 무산된 도시정비법 개정안과 같은 취지다. 오 변호사는 “정비사업 규모에 비해 사무감사 비용은 크게 부담되지 않을 것”이라며 제도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