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원에서 열린 ‘새 정부 노동법·상법 개정과 기업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채영호(사법연수원 32기) 변호사는 “최근 두 차례의 상법 개정이 주주 권익 강화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며 “기준이 달라졌음을 빨리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영호 변호사가 지난 4일 ‘새정부 노동법·상법 개정과 기업의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법무법인 원)
채 변호사는 특히 독립이사(옛 사외이사) 비율 확대와 관련해 기업들이 놓치기 쉬운 함정을 지적했다. 이번에 개정된 상법은 상장회사의 독립이사 비율을 기존 4분의1에서 3분의1로 확대하도록 했다. 시행일은 내년 7월 23일이다.
하지만 부칙 조항에 따르면 시행 전날까지 해당 비율을 갖춰놓고 시행 당일 적법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채 변호사는 “2026년 7월 23일에 적법하게 3분의1이 되려면 당장 내년 주총에서 독립이사 비율을 3분의1로 충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대규모 상장회사는 이미 독립이사 비율이 과반수여서 해당 사항이 없지만, 그렇지 않은 상장회사들은 내년 3월 정기주총부터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상법 개정의 가장 큰 변화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다. 기존 ‘회사를 위하여’에서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로 문구가 변경되면서 이사회가 대주주만의 이익을 고려할 수 없게 됐다.
채 변호사는 “과거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사건을 예로 들면, 당시 대법원은 ‘주주에게 손해가 발생했지만 회사에는 이익’이라며 배임죄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개정 상법 하에서는 주주 손해 발생 시 충실의무 위반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사회 운영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채 변호사는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에게도 이익이 되는지 외부 전문가의 검토 의견이 필요하다”며 “법률 이슈라면 로펌, 사업성 평가라면 회계법인의 검토 보고서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 변호사는 “최대주주 3% 룰은 감사위원을 선임하거나 해임할 때 최대주주가 자기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들 조항은 공포 후 1년이므로 내년 7월경 시행될 예정이며, 내후년 정기주총부터 적용된다.
또한 오는 2027년 1월부터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상장회사에 전자주총이 의무화된다. 채 변호사는 “오프라인 주총을 전자주총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병행하는 것”이라며 “대규모 상장회사가 대상이 될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후년 3월 정기주총부터 전자주총 병행이 가능하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지난 2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상법 2차 개정안도 조만간 공포·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2차 개정의 핵심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에 대한 집중투표제 의무화다.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가 의결권을 한 명의 이사 후보에 집중할 수 있는 제도다. 예를 들어 300주를 가진 주주가 이사 3명을 뽑을 때 의결권을 각각 300주씩 행사하는 대신 900주를 한 명에게 몰아줄 수 있다. 기존에는 정관으로 배제 가능했지만 이제는 불가능해진다.
◇내부통제 시스템 4대 체계 구축 필요…“거버넌스 기준 변화 인정해야”
이태경 법무법인 원 ESG공동센터장은 투명 경영과 주주 권익 보장을 위해서는 기업 운영의 투명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이 센터장은 “기업들은 투명한 기업 경영을 요구받고 있고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사 리스크 관리체계(ERM), 상시 모니터링, 내부회계관리제도, 컴플라이언스 등 4대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리스크는 생물과 같은 성향을 갖고 있어 계속 변한다”며 “정책-프로세스-인력-시스템(3P1S) 방법론으로 지속적인 통제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에는 샘플링 중심의 사후 감사였다면, 이제는 데이터 분석을 통한 전수조사와 예방 중심 관리가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채 변호사는 “이번 상법 개정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지배주주의 이익을 어떻게 총주주의 이익으로 변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과거에는 주총에서 발언권을 무시하고 회의를 종결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소통과 협조, 이해를 구해야 하고 주주를 설득해서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법 개정은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독립이사 비율 확대는 내년 주총부터 준비해야 하고, 집중투표제와 3% 의결권 제한은 내후년 주총부터, 전자주총은 2027년부터 각각 적용된다. 채 변호사는 “기업들은 각 시행 시점에 맞춰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태경 법무법인 원 ESG센터 공동센터장이 지난 4일 ‘새정부 노동법·상법 개정과 기업의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법무법인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