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부순환도로는 시간당 평균 2926대의 차량이 지나가는 구간이다. 시속 80km로 달리는 차들 사이에 서 있는 경찰도 사고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인근 국민대학교에서 입시나 축제라도 있는 날에는 차가 많아지고, 겨울에는 블랙아이스가 생겨 차가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자주 있는 일이 아니어서 돌발상황에 즉각 대처하기는 쉽지 않다.

서울 성북경찰서의 김의창 교통안전계장, 서소민 경사, 정석용 교통과장이 ‘교차로 가이드라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방보경 기자)
서울 성북경찰서가 관리하는 관내에만 교차로 19곳과 내부순환로가 있는데, 이를 관리하는 교통경찰은 25명뿐이다. 안전 문제를 위해서 한 교차로당 경찰이 2~3명 정도 배치되기 때문에 항상 인력 문제에 시달린다. 자주 둘러보지 못했던 현장에 사고가 나거나 민원이 들어오면 경찰들도 교통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낸 건 한 여경이었다. 가이드라인을 기획한 서소민 교통과 경사는 “그동안은 선배들이 구전으로 알려준 근무 위치나 요령에 의존하다 보니 실제 교통근무에 바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이를 만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이 기획을 통해 만들어진 책을 보면 처음 가는 교차로에서도 어떻게 일을 해야 할지 알 수 있다. 관내에서 가장 붐비는 ‘성북구청입구교차로’에는 5개의 신호등이 몇초마다 켜지는지, 어디서 끼어들기 단속이 필요한지 촘촘히 적혀 있다. 평소에 잘 가지 않는 ‘정릉로 국민대앞 교차로’에서 사고가 발생해도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북악터널 1개차로와 정릉터널에서 나오는 3차로를 통제하라는 식으로 자세한 순서가 적혀 있기 때문이다.
교차로 외에도 교통시설 현황과 도로교통법상 과태료 및 범칙금 법령 등 교통경찰이 참고할 만한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어 현장에서는 만족도가 높다. 최근 화두에 오른 교통기능 약물운전 수사 참고 매뉴얼도 있는데, 성북경찰서는 향후 PDF파일로 만들며 최신 법령을 업데이트하겠다는 계획이다.
성북경찰서는 가이드라인을 만든 공을 인정받아 서울청장 표창과 자치경찰위원회 우수시책 표창을 받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경찰은 교통질서 저해 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교차로 가이드라인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정석용 성북경찰서 교통과 과장은 “시민의 생명을 살리는 최고의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 늘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단속에 앞서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