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모습. 2025.7.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사건 수사를 무마해 주겠다며 피의자에게 수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현직 경찰 간부가 혐의를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21일 특정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공무상 비밀누설, 허위공문서 작성, 공용서류손상, 범인 도피, 직무 유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 된 의정부경찰서 소속 정 모 경위(52)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정 경위가 수사를 무마해 주려고 한 대출중개업자 A 씨도 함께 기소 돼 이날 재판을 받았다.
정 경위 측은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했다. 정 경위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 중 부인하는 내용에 관해 "마지막으로 받은 2500만 원 뇌물이 있는데 그중 1000만 원은 정 경위가 받은 것이 맞고 나머지 1500만 원은 A 씨의 피해자들에게 나눠 송금했기 때문에 뇌물 수수 금액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범인 도피와 관련해 정 경위가 A 씨에게 돈을 보낸 것은 A 씨의 적극적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A 씨 측은 뇌물 공여 등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했다.
정 경위에 대해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은 다음 달 초까지 추가 기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경위 측은 해당 건과 이 재판을 병합해달라고 요청했다.
정 경위는 사기 사건으로 경찰 수사를 받던 A 씨에게 "사건을 모아서 모두 불기소 해주겠다"며 뇌물을 요구해 2억 원 이상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정 경위는 A 씨가 자신이 근무하는 경찰서 관할로 주소지를 옮기자, A 씨의 사기 사건 16건을 넘겨받아 불송치 결정하거나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이 확보한 메신저 내역에 따르면 정 경위는 A 씨에게 '무튼 오늘 돈 줘 다 불기소해 버릴 테니까', '나 오늘 살려주면 내일 출근해서 ○○건은 불기소로 정리해 볼게', '하나는 약속할게 A 씨 절대 구속은 안 되게 할 거야'라며 사건 처분을 언급했다.
정 경위는 '내년부터 수사권 독립되고 바뀌는 시스템은 A 세상이다', '불기소를 내가 마무리한다는 거 매력 있지 않아? 어느 검사보다 나을 거야', '봉 잡은 거야'라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정 경위는 A 씨에게 사건기록을 유출하고, A 씨가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처럼 피의자 신문조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도 있다.
또 사건 기록에서 A 씨가 사기 피해금 일부를 자신에게 보낸 계좌 거래내역과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고소장 등을 발견해 조작하고 빼낸 뒤 3년 동안 캐비닛에 은닉한 혐의도 받는다.
정 경위는 다른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A 씨가 도주하자 4건의 사건을 수사 중지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3년 뒤 검찰에서 A 씨가 구속됐다는 사실을 통보받고도 수사 중지 사건 4건을 수사하지 않고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 경위는 A 씨가 도주하는 과정에서 도피 자금으로 3850달러(약 500만 원)를 제공한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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