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3대 요구안 확정…9월 복귀 속도

사회

이데일리,

2025년 7월 20일, 오후 06:25

[이데일리 이지현 이지은기자] 의과대학 학생들이 전원 복귀를 선언한 가운데, 사직 전공의들도 복귀 채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복귀 전제조건이었던 7대 요구안을 3대 요구안으로 압축했고 강경했던 분위기도 수위가 다소 낮아졌다. 강경투쟁 입장에서 대화와 협력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 복귀 후 논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의정 갈등으로 의료 현장을 떠났던 전공의들이 복귀 논의를 위해 요구안을 의결한 가운데 2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전공의 전용공간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연합뉴스)
◇ 요구안 7가지→3가지 ‘압축’ 표현 수위조절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오후 서울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6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비대위 요구안을 의결했다.

의결된 요구안은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재검토를 위한 현장 전문가 중심의 협의체 구성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및 수련 연속성 보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를 위한 논의 기구 설치 등 3가지다.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대전협을 통해 공식 요구안을 내놓은 것은 1년 4개월 만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대전협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의과대학 정원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대책 마련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전공의에 대한 부당한 명령 철회 및 공식 사과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박단 전 대전협 비대위원장이 물러나고 한성존 새 비대위원장 체제로 바뀌면서 기존 요구안을 수정 보완해 3대 요구안으로 압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면 백지화’ 요구를 ‘현장 전문가 협의체를 통한 논의’로 수위를 낮췄다.

한성존 비대위원장은 “해당 의제들이 무너진 중증·핵심의료를 재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라며 “의결된 요구안은 공식적으로 대화 시 테이블에 올릴 의제들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선 복귀 후 논의 무게

표현은 완화됐지만, 쟁점이 여전해 난관이 예상된다. 특히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는 의료계와 환자단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이다.

대전협 설문조사에서 정부 지정 필수과목(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신경과·신경외과·응급의학과·심장혈관흉부외과) 전공의 중 “수련 재개 의사가 없다”는 응답이 72.1%였다.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려면 반드시 법적 부담완화는 관철돼야 한다고 전공의들은 입을 모은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왼쪽)과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전공의협의회 임시대의원 총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반면 환자단체들은 의료사고의 법적 부담을 완화하는 입법이 의료계의 특혜로 작용해 오히려 환자의 안전과 권리를 약화시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사고안전망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어 이에 대한 논의는 중장기 논의 과제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및 수련 연속성 보장’도 쉽지 않은 과제다. 현재 국회에서는 전공의 근무시간을 현행 주 80시간에서 주 60시간으로 단축하는 ‘전공의법’ 개정안을 발의,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교수들은 수련의 질 저하를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현재 3년 동안 수련을 하는 내과·외과·소아과의 경우 ‘주당 수련시간이 줄어들면, 햇수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병원 복귀 시 PA간호사와의 업무영역 재편도 관건이다. 그동안 전공의 공백을 메워온 PA간호사들의 업무영역이 전공의들과 겹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전공의가 복귀하면 어느 병원을 막론하고 한동안 시끄러울 것”이라며 “병원 내부에서도 전공의들의 존재감이 떨어져 복귀에 시큰둥한 반응들이 나타나고 있다. 일단 내부적으론 전공의 9월 복귀를 염두에 두고 PA간호사와의 역할 구분을 진행 중”이라고 귀띔했다.

입영 연기 특혜 논란도 남았다. 표면적인 3대 요구안에서 입영연기가 언급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선 전공의 수련 연속성 보장에 입영 대기 중인 사직 전공의들에 대한 조치 요구가 내포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입영 대기 중인 사직 전공의는 2400여명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들은 현행법에 따라 의무사관후보생으로 병적이 관리됐다. 수련병원에서 퇴직한 전공의는 병역법 시행령 제120조에 따라 의무사관후보생 입영 대상자가 돼 별도의 조치가 없으면 복귀해도 수련 중 입대를 해야 할 수 있다. 이에 전공의들은 입영 대기 중인 상태에서 복귀하면 수련이 끝나기 전까지는 입대를 연기하고, 이미 입대한 전공의들도 전역 후 기존 수련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전공의들의 9월 수련 시작 공모는 이달 말부터 시행된다.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아 9월 복귀 전까지 3대 요구안 관철은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상태의 미복귀 갈등 장기화에 대해 전공의 내부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감돌고 있어 ‘선 복귀 후 논의’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전공의들은 전공의법 개정안 등과 같은 법적 과제는 빠른 합의가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여기에 정은경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전공의들이 주장하는 수련환경 개선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 후보자는 지난 18일 인사청문회에서 “좀 더 전공의 수련을 개혁할 그런 기회로 삼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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