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물도 안줘"…직장인 73,9% "자연재해 땐 작업 거부권 있어야"

사회

이데일리,

2025년 7월 20일, 오후 02:52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폭염과 폭우가 연이어 기승을 부리면서 이에 따른 노동자 보호조치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 법에 명시된 작업중지권이 현실적으로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폭염감시단 발족 및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폭염 휴식권 보장을 촉구하며 얼음을 깨는 상징 의식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직장갑질119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작업중지권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73.9%는 “태풍, 폭우, 폭염, 폭설, 지진 등 자연재해 상황에서 직원들이 스스로 판단해 작업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고 20일 밝혔다.

특히 상대적으로 하급자 비율이 높은 20대(83.1%)와 고용안정성이 낮은 프리랜서 및 특수고용노동자(82.2%), 산업재해 위험이 높은 건설업(78.8%)에서 작업중지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반대로 직원을 관리해야 하는 상위 관리자급에선 62.9%만 직원의 자체 판단에 따른 작업중지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직장갑질119는 폭염 및 폭우 등 상황에서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 받지 못한 노동자들의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휴식시간을 보장하지 않거나, 너무 뜨거운 노동환경인 경우, 물 마실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이 상담의 주된 내용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는 작업 중지권을 보장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폭염에 따른 노동자 사고가 연이어 벌어지자 폭염 시 안전지침(체감온도 33도 이상일 경우 2시간 일하고 20분 이상 휴식, 시원한 물 비치, 냉방시설 구비 등)을 마련했지만, 이 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아파트 건설현장 노동자 A씨는 기온이 35도가 넘는 더위에도 하루 3만보 이상 걸으며 3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방직공장 노동자 B씨는 여름철에도 공장 내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아 고충을 토로했다. 건설사 하청노동자 C씨는 “공사 현장에 쓰레기가 쌓인다는 이유로 물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기온이 계속 올라가는데 물을 마시지 못한 채 일을 계속해서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이다솜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산안법에 작업중지권이 보장돼 있지만 노동자 스스로 권한 행사에 어려움이 있고 임금손실이나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우려도 있다”며 “폭염, 한파 등과 같은 자연재해의 경우 당시의 기상상황뿐만 아니라 사업장의 작업환경, 노동자 당사자의 건강조건에 따라 스스로 작업 가능 여부를 판단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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