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
재판장은 “피고인에게 그 죄책에 상응하는 중형 선고가 필요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으나 범죄의 형벌을 정할 때는 피고인에게 유·불리한 정상을 충분히 심사해 적정하게 양형을 판단해야 한다”며 “모든 조건을 충분히 검토해 피고인을 영구히 사회로부터 격리할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될 경우 무기징역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가 다른 사람과 장시간 통화한 것에 감정이 상해 불상의 이유로 다툰 순간 격분해 흉기로 피해자를 찔렀다”며 “피고인이 흉기를 외부에서 가져오거나 별로도 준비한 것이 아니고 범죄를 사전에 계획했다기보다 술에 취해 우발적, 충동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반사회성이 낮고 교화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요소로 일정 부분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만 26세로 인격이 성숙하거나 변화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비교적 이른 나이에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 장기간의 유기징역 선고를 통해 피고인이 성찰할 여지는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 씨는 지난해 8월 3일 0시 15분께 경기 하남시 주거지에서 여자친구 A씨의 가슴 부위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범행 당시 김 씨는 “여자친구가 자해했다”며 119에 신고했으나, 부검 결과 “흉기가 심장을 관통할 정도로 강한 힘이 가해졌다”며 타살 의심 소견이 나왔다. 경찰은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김 씨를 체포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의 어머니는 “뉴스에 나오는 교제 살인이라는 사건이 우리 아이에게 일어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지나쳤던 일이 옆에 다가와 있었다”며 “제발 우리 아이의 사건 하나로 생각하지 말고, 사회 물의가 된 교제 살인 사건으로 판단해 타당한 벌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1심 재판부는 “살해 과정이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하다”며 “이런데도 피고인은 범행 후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다른 여성을 만나기도 해 죄질이 나쁘고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질타했다.
이후 지난달 24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김 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결혼을 생각할 정도로 사랑한 사람으로서, 지금까지도 마음이 찢어진다. 전 비겁하게 처벌을 피하고자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피해자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고 싶은 사람”이라며 “전 결코 흉기로 찌른 사실이 없다. 잘못이 있다면 피해자를 살리지 못한 사실이며 이에 대해서는 어떤 처벌이라도 감내하고 받겠다”고 주장했다.
이번 항소심 선고 재판을 지켜본 유족 측은 “젊은 나이에 중대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무기징역이 무거운 벌이라고 하는 게 납득 안 된다”며 “피해자는 죽어서 기본권도 없는데 종신형이 부당하다는 말이 이해가 안 간다”고 분통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