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서 부딪힌 공기층, `100년 빈도` 물폭탄 쏟아냈다

사회

이데일리,

2025년 7월 17일, 오후 01:15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밤사이 충남 서해안 일대에 시간당 100㎜ 이상 폭우가 쏟아지면서 충남 서산에 기록적인 ‘극한호우’가 발생했다. 기상청은 17일에도 중부지역과 충청권에 매우 강한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고, 이후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최대 300㎜ 상당의 폭우가 예상돼 비 피해에 대비할 것을 강조했다.

지난 16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 도로에 나무가 쓰러져 소방 당국이 안전 조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기상청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날 중부지방과 충청, 전북에 또 많은 양의 비가 내린다고 발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자정부터 이날 낮 12시분까지 발생한 주요 강수지역의 누적강수량은 △충남 당진(신평) 376.5㎜ △천안 353.9㎜ △대전 197㎜ △서울 139.7㎜ △인천 118㎜ △경기 평택 262㎜ △안성 242㎜ △강원 원주 149㎜ △전북 군산(어청도) 171.5㎜ △경남 함안 186㎜ △제주 서귀포 99㎜이다.

특히 서산에는 이날 오전 1시 46분부터 1시간 동안 114.9㎜의 비가 내렸는데, 이는 100년에 1번 발생할 수 있는 강수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홍성 역시 4시 22분부터 1시간 동안 98.2㎜가 내리면서 기상 관측이 시작된 2015년 11월 이후 이 지역의 7월 1시간 최고강수량 기록을 경신했다. 그 결과 서산에는 518.9㎜, 홍성에 411.4 ㎜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졌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세종시와 충청권과 전라권의 26개 시·군에 호우경보를 발효하고, 그 밖의 수도권과 강원, 경상도, 제주에도 호우주의보를 발표했다. 이날 오전 6시 30분에 대전과 세종, 충청에는 산사태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강화됐다. 경기와 강원은 ‘경계’, 서울과 부산, 대구, 인천, 광주, 울산, 제주에는 ‘주의’ 경보가 발표됐다.

전날 발생한 폭우는 남쪽에서 확장한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국내에 유입된 고온다습한 공기와 북쪽에서 내려온 차고 건조한 공기가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이 경계에서 서해상에서 들어온 중규모 저기압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수도권과 충청권 부근에 길게 머물면서 이 지역에 많은 비가 집중됐다.

기상청은 오는 19일까지 호우 긴급재난문자의 발송 기준을 충족하는 시간당 50~80㎜(일부 지역은 80㎜ 이상)의 ‘극한호우’가 또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성질이 다른 두 공기가 중규모 저기압을 누르면서 좁은 지역에 강한 비가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저기압은 밤이 되면 세력이 다소 약해지겠으나 우리나라 남동쪽에 있는 북태평양고기압이 다시 확장하고, 그 사이로 열대수증기가 계속 유입돼 17일에는 중부, 18~19일에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시간당 50~80㎜ 수준의 비가 내릴 전망이다.

17일 전국의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 50~120㎜(많은 곳 180㎜ 이상) △강원도 50~100㎜(강원 중·남부 내륙 150㎜ 이상) △충청권 50~150㎜ 이상(대전·세종·충남 180㎜ 이상) △전북 30~100㎜(전북 서부 150㎜ 이상) △광주·전남 20~80㎜(많은 곳 100㎜ 이상) △경상권 30~80㎜(지리산 부근 100㎜ 이상, 대구·경북 10~60㎜) △제주 20~60㎜(산지·중산간 30~80㎜)이다.

18일과 19일에는 대전과 세종, 충남에 180㎜ 이상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측됐다. 이 기간에 부산과 울산, 경남, 전남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에는 최대 300㎜ 이상 폭우가 더 내리겠다. 제주 산지에도 200㎜ 이상 추가 강수가 예보됐다. 공상민 기상청 예보 분석관은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하는 시기에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면 지금 예상된 것보다 좁은 지역에 강한 비가 집중될 수 있다”며 “강수 집중구역과 강수량에 변동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갑작스러운 집중호우와 계속된 강수에 대비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기상청은 “이미 많은 비가 내린 뒤 다시 많은 비 예상되므로 하천의 수위 상승과 댐 수문 개방으로 인한 하천 하류지역의 침수, 하수도와 배수구, 맨홀 등의 역류 가능성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19일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은 다시 기온이 올라 무덥겠다. 오는 23일에는 고온다습한 성질의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를 뒤덮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때 고온건조한 티베트고기압이 우리나라를 이중으로 덮으면 매우 강한 폭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고기압의 영향권에서는 강한 소나기가 내릴 수 있다. 다만 정체전선은 북상해서 20일 이후 중부지방의 장마는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

17일 낮 12시를 기준으로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호우 특보가 발효돼 있다.(사진=기상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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