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폭우가 내리던 지난해 7월 9일. 대전 서부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황인걸(34) 소방교는 평생 잊지 못할 현장 경험을 했다. 관할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마을 침수, 산사태로 인한 피해 신고가 잇따라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준 덕분에 구조활동이 한결 수월했고, 사상자 한 명도 없이 이재민들 모두 집으로 돌려보냈다.

지난해 7월 10일 오전 7시께 대전 서구 용촌동 정뱅이 마을이 밤사이 내린 집중 호우로 마을 전체가 침수돼 황인걸(맨 앞) 소방교와 동료 구조대원들이 고립된 마을 주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소방청)
이어 서구 원정동에서는 산사태로 인해 집이 무너져 사람이 매몰됐다는 신고도 들어왔다. 원정동 현장으로 가는 진입 도로와 우회 도로가 모두 침수되고 토사물로 막혀 현장까지 가는 것조차 어려웠지만, 마을 주민의 도움으로 트럭을 타고 진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구조대상자를 안전하게 구조하고, 흙투성이가 된 서로 격려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찰나, 또다시 용촌동의 정뱅이 마을이 침수됐다는 무전이 들어왔다.
당시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마을은 이미 온통 황토물로 뒤덮여 있었다. 그는 “우리는 아직 대피하지 못하고 집에 갇혀 계신 분들이 있을 수 있어 동료 구조대들과 함께 팀을 나눠 집들을 수색하기로 했다”며 “수색 중에 다락방에 갇혀 계시던 어르신 한 분을 발견했고, 이후 후착대의 구조보트가 도착해 집 옥상으로 대피해 있던 주민분들과 함께 모두 고지대로 안전하게 대피시켰다”고 설명했다.
황 소방교는 “어르신들이 그때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빨리 갈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면서 “그럼에도 우리 소방대원들에게 고맙다고 하는데, 오히려 소방대원들의 활동보다도 마을 주민의 힘으로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은 기적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당시 모두가 잠든 시간이었지만 위험을 감지해 곧바로 대피방송을 알렸던 이장님, 개인 낚시용 보트를 이용하거나 수영을 하는 등 소방대원들이 도착하기 전에 마을 주민 모두가 합심해 고령 어르신들의 탈출을 도운 것이다.
황 소방교는 여름 수해 예방책으로 △기상정보 수시 확인 △일반 주택의 경우 대피 장소(옥상 등) 미리 확인 △튜브나 보트 준비 △어르신들 외출 삼가 등을 꼽았다.
그는 평소 남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이에 수상인명구조요원 등을 준비해보면서 흥미는 물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겨 2018년 10월부터 소방공무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초심을 잃지 않고 구조를 필요로 하는 분이 있으면 언제, 어디든 빨리 가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변화하는 기후환경, 공장화재에 대비해 훈련하는 등 항상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인걸 대전 서부소방서 119구조대 소방교. (사진=소방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