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에 강한 비가 내린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2025.7.1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 구로구에 있는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에서 만난 이지연(32·여) 씨는 검정색 반바지에 장화를 신은 모습이었다.
이 씨는 "문을 열어두고 잤는데 오전 6시쯤에 장대비가 '쏴' 하고 쏟아지는 소리가 들려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성동구에 위치한 지하철 2·5호선 왕십리역 6번 출구 앞 버스정류장엔 10여 명의 시민들이 비를 맞지 않기 위해 처마 밑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검은색 장우산을 들고 있던 30대 남성 최 모 씨는 "늦으면 안 되니깐, 시간은 중간 중간 확인하고 있다"며 강한 비로 인해 출퇴근이 늦어질까 걱정했다.
비에 젖을까봐 백팩을 앞으로 돌려 안고 있는 시민을 비롯해 샌들, 슬리퍼를 신거나 비옷으로 중무장 한 채 출근길에 오른 이들도 있었다.
이밖에도 비에 젖은 옷을 조금이라도 말리기 위해 털어보는 시민과 까치발로 인도 곳곳의 물웅덩이를 피해가는 시민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충청지역에 내린 폭우로 열차 운행에 차질을 빚고 있는 17일 서울 중구 서울역에 경부선, 장항선, 서해선 일부 일반열차 운행 중단 안내가 게시돼 있다. 2025.7.1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일부 승객들은 갑작스러운 열차 운행 중단에 당황한 듯 안내데스크를 찾거나 매표소로 가 다시 열차표를 끊었다.
이날 아버지 기일을 챙기러 충북 옥천으로 갈 계획이었던 한 승객은 자신이 타려던 열차가 취소된 사실을 역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그는 "새마을호 열차가 취소 돼 KTX를 타고 대전으로 가서, 다시 내려서 가야하는 상황"이라며 "(열차가 운행이 중단돼) 불편하다"고 전했다.
또한, 울산에서 상경하는 부모님의 마중을 나온 김 모(27) 씨는 "부모님 오셔서 서울 이곳 저곳 좀 놀러가려고 했었는데, (비가 많이 와서)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여의대방로 여의도 방향의 편도 4차선 도로는 차량들이 거북이걸음을 했다. 교차로마다 좌회전, 유턴을 하려는 차들이 꼬리물기를 하면서 정체는 극심했다.
대방지하차도엔 빗물이 계속 들어차 바닥에 잔잔한 물결이 일기도 했다.

17일 오전 집중호우로 인해 서울 동대문구 중랑천이 범람해 벤치가 물에 잠긴 모습. 2025.7.17/뉴스1 © News1 박응진 기자
실제로 이날 중랑천은 범람해 하천 옆에 있는 벤치와 운동기구들이 물에 잠겨 있었다.
80대 여성 안 모 씨 "매일 아침 중랑천에 운동하러 오는데 비 때문에 오늘은 쉬어야겠다"며 발길을 돌렸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까지 강한 비가 예보됨에 따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단계를 가동하고 총력 대응에 나섰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서울엔 시간당 50~120㎜의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 되며, 18일에서 19일에도 30~80㎜의 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16일 오후 5시 기준 서울 전역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됐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