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VIP 격노'…해병특검, '수사 외압' 규명 본격화

사회

뉴스1,

2025년 7월 17일, 오전 06:25

순직 해병 수사 외압 사건을 맡은 이명현 특별검사 등 특검 지휘부가 1일 대전 국립현충원 채상병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7.1/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해병대원 순직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순직해병특검팀(이명현 특별검사)이 'VIP(윤석열 전 대통령) 격노설'을 시인하는 다수 진술을 확보해 윤 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수사 외압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특검팀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을 비롯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 조사를 추가로 진행해 격노설 규명을 보완하는 한편, 해병대수사단의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 규명에 본격적으로 힘을 쏟을 전망이다.

터져 나오는 '尹 격노' 인정 진술…'VIP 격노 발설' 김계환 입 열까
해병특검은 17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사령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2차 조사를 진행한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0일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11일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15일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을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2023년 7월 31일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순직사건 관련 초동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특검팀에 내놓았다.

특검팀에서 특정한 회의 참석자는 △윤 전 대통령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김 전 차장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당시 대통령경호처장) △이 전 비서관 △왕 전 비서관 등 총 7명이다. 이들 중 윤 전 대통령을 제외한 절반이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시인한 상황이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7일 김 전 사령관을 불러 12시간가량 고강도 조사를 진행했다. 김 전 사령관은 당시 'VIP 격노설' 관련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등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 전 사령관은 자신의 VIP 격노 발언을 들었다는 해병대 관계자들의 진술이 허위냐는 질문에는 "부하들 진술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과 함께 회의를 가진 인물들이 격노설을 사실로 인정하는 진술을 내놓은 만큼 김 전 사령관이 2차 조사에서는 자신이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에게 격노설을 언급했다는 사실을 인정할지 관심이 쏠린다.

굳어가는 '尹 격노'…'수사 외압 의혹' 규명으로 초점 이동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사진 왼쪽)과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대령). 2024.5.21/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안보실 회의 참석자들의 진술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사실로 굳어가면서 수사팀의 시선은 점차 수사 외압 의혹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수사 외압 의혹은 국가안보실 회의가 끝날 무렵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실에서 사용하는 전화를 받은 직후 발생한 △이첩 보류 지시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등 혐의자·혐의내용 삭제 요구 △8월 2일 국방부검찰단의 경찰 이첩 수사기록의 회수 △8월 24일 국방부조사본부의 혐의자 축소 후 경찰 재이첩으로 구성된다.

특검팀의 첫 번째 과제는 2023년 7월 31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실 전화를 받은 직후 김 전 사령관에게 내린 지시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했는지 규명하는 것이다.

특히 이 전 장관이 받은 대통령실 전화가 누구로부터 걸려 온 전화였고, 통화에서 어떠한 대화가 오고 갔는지 밝히는 것이 최대 과제로 꼽힌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회의 직후인 같은 날 오전 11시 54분 대통령실에서 사용하는 '02-800-7070'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2분 48초 동안 통화했다.

이 전 장관은 해당 전화를 끊은 직후인 오전 11시 57분 박진희 군사보좌관 휴대전화로 김 전 사령관에게 연달아 세 번 전화를 걸어 △사건 이첩 보류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정상 출근 △국회 설명·언론브리핑 취소를 지시했다.

이 전 장관은 이첩 보류 지시 전날(7월 30일) 해병대수사단의 초동수사결과를 보고받고 결재까지 했다. 김 전 사령관은 같은 자리에서 8월 2일 사건을 경찰로 이첩하겠다고 구두보고까지 했고, 보고 석상에 동석한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수사를 했겠구나'하는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까지 평가했다.

현재까지 이 전 장관은 경찰로의 이첩 보류는 순전히 본인의 결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대통령실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은 직후 자신의 결정을 뒤집고 이첩을 보류시켰기 때문에 그 결정의 배경에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작용했으며, 나아가 구체적인 지시사항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한편 02-800-7070 번호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가 걸리기 직전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화가 걸려 와 44초 동안 통화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당시 대통령비서실 법률비서관으로 있던 주 의원은 순직사건 수사 기록에서의 혐의자 삭제 등 문제를 두고 법률 검토를 지시받은 것 아닌지 의심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 의원은 지난해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일반전화 한 통밖에 없다는 것 자체가 저에 대한 의혹 제기가 근거가 없다는 뜻"이라며 "만약 제가 사건과 연관이 있다면 왜 그 뒤에 국방부 관계자와 통화한 것이 전혀 없겠나"라고 일축했다.

goldenseagul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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