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아야 할 때까지 해야지"…'시한부 선고' 보신탕집의 쓸쓸한 풍경

사회

뉴스1,

2025년 7월 16일, 오전 06:00

15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보신탕집 홍보 간판. 2025.07.15/뉴스1 © 뉴스1 권준언 기자
"내 나이 70이 넘었는데, 무언가 새로 할 수도 없어요. 닫아야 할 때까지 해야죠" 초복이 얼마 남지 않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에서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A 씨는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월 '개 식용 금지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됨에 따라 2027년부터 개고기의 제조·유통이 전면 금지된다.

법안이 통과되면서 A 씨와 같이 보신탕집을 오랫동안 운영하던 상인들에게는 사실상 '시한부 선고'가 떨어진 셈이다.

3년의 유예기간이 지나면 보신탕집 사장이나 식용 개 농장 운영자는 형사 처벌 대상이다.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사육·증식·유통·판매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신진시장에서 약 40년 동안 보신탕집을 운영한 B 씨의 속도 편치 않다. 그는 "다른 업종으로 바꾼다고 해도 잘 된다는 보장이 있겠나"라며 "단골들도 많은데, 이제 어디 가서 보신탕을 먹어야 하냐고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비가 내려 습하고 더운 날씨임에도 가게에는 손님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식당은 만석까지는 아니었지만, 손님으로 붐볐고, 상인들은 분주하게 뼈를 바르고 전골과 수육을 끓여내고 있었다.

식당을 찾은 손님들 대부분은 가게를 자주 찾는 '단골'이었다. 상인들은 손님을 '언니', '아저씨' 등 친근한 호칭으로 불렀고, 점심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보신탕 골목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9.2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단골들 또한 '개 식용 금지법'에 대해 대부분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분위기였다.

일주일에 다섯 번은 점심으로 보신탕을 먹는다는 김 모 씨(73·남)는 "어릴 때부터 즐겨 먹었는데, 지금 와서 끊으라고 해도 못 끊는다"고 토로했다.

해외에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해 1년에 한 번 정도 한국에 들어와 보신탕을 찾는다는 이 모 씨(62)도 "해외에서 생각이 많이 난다, 한국 아니면 먹을 수 있는 곳이 없지 않나"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청량리 경동시장에서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특히 상인들은 정부가 마련한 보상안에 대해 현실적이지 않다는 반응이다.

정부의 '개 식용 종식 기본계획'에 따르면 메뉴를 변경하는 유통상인·식품접객업자에게 중소벤처기업부의 폐업 소상공인 지원사업과 연계해 간판·메뉴판 교체 비용 최대 250만 원을 지급한다. 폐업하는 업자에겐 최대 400만 원 점포 철거비와 재취업 성공 수당을 지급하는 안이 제시됐다.

메뉴를 바꾸기 위해선 조리법이나 재료 거래처 등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 게다가 삼계탕이나 흑염소탕의 경우는 이 가게들이 많기 때문에 업종 변경을 하려는 업주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동시장에서 보신탕집을 운영 중인 C 씨(70)는 "이미 게임은 끝난 거 같지만 보상이 적으면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고 굳은 표정으로 털어놨다.

보신탕을 포장해 가기 위해 경동시장을 찾은 김기훈 씨(61)는 조만간 보신탕을 먹을 수 없게 된다는 사실에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그래도 결국 먹을 사람을 찾아서 먹는다"고 말했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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