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챗GPT 달리
A씨는 2019년 9월 서울 성북구 소재 한약국에서 구매자를 직접 만나 문진한 후 다이어트 한약 30일치를 25만원에 판매한 뒤 택배로 배송했다. 이후 같은 해 11월 15일 구매자와 전화 상담을 한 뒤 동일한 한약 30일치를 추가로 주문받아 11월 19일 택배로 배송했다.
현행 약사법 제50조 제1항은 “약국개설자 및 의약품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A씨는 약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재주문의 경우 택배판매가 위법하지 않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행정기관 의견조회나 일부 실무에서 택배판매가 허용된다고 한 것은 방문 등을 통한 구입 후 구체적 수령방법으로서 탄력적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에 불과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판매한 한약이 식품공전에 수록된 원료로 만든 식품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약재를 피고인이 개발한 배합비율에 따라 사람별 특성에 맞게 단계별로 조제한 것으로 단순 건강기능식품과 다르다”며 의약품으로 판단했다.
A씨는 불복해 항소했고 2심은 1심과 달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전화로 한약을 판매하고 택배로 배송한 행위는 의약품의 주문과 조제, 인도, 복약지도 등 의약품 판매를 구성하는 일련의 행위의 주요 부분이 한약국 내에서 이뤄진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봤다.
특히 기존에 판매한 한약과 내용물, 구성, 가격이 모두 동일하고 구매자가 별다른 이상 증상을 호소하지 않아 추가 대면 문진의 필요성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했다.
그러나 이같은 2심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약사법이 의약품 판매 장소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이유에 대해 “충실한 복약지도를 통한 의약품 오남용 방지, 보관과 유통과정에서 의약품 변질·오염 가능성 차단, 약화(藥禍·약물을 잘못 써서 생기는 사고) 사고 시 책임 소재 명확화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약품의 주문, 조제, 인도, 복약지도 등 의약품 판매를 구성하는 일련의 행위 전부 또는 주요 부분이 약국 또는 점포 내에서 이뤄지거나 그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의 한약 판매 행위에 대해 대법원은 “주문이 한약국 내가 아닌 전화로 이뤄졌고, 주문자를 대면한 상태에서 한약을 복용한 후 신체 변화를 확인한 다음 당시 신체 상태에 맞는 한약을 주문받아 조제하고 충실하게 복약지도하는 일련의 행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피고인이 주문자에게 이 사건 한약을 직접 전달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주문한 한약과 내용물이나 성분 및 가격이 모두 동일하다고 해서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며 “피고인의 이같은 판매행위는 의약품 판매 장소 제한에 관한 약사법 제50조 제1항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A씨를 무죄로 본 2심의 판단은 약사법 제50조 제1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 방인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