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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절 수술을 조건으로 결혼을 약속했지만 상대 남성이 결혼 무효를 주장해 난처한 상황에 놓인 여성이 조언을 구했다.
최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임신 중절을 조건으로 결혼을 약속받았으나 상대 남자가 지키지 않았다는 20대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A 씨는 "어릴 때 엄마가 집을 나갔다. 아빠는 어렵게 생계를 책임지며 저를 돌봤다. 안타깝게도 저는 공부에는 소질이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A 씨는 친구들과 바닷가로 바람을 쐬러 갔다가 술자리에서 어떤 남자를 만났고 그날 밤 바로 모텔까지 가게 됐다.
그 이후로도 그 남자와 연락하면서 몇 번 더 만났다. 알고 보니 그 남성은 열 살 연상이었다. 하지만 사는 곳도 다르고 서로 바쁘다 보니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A 씨는 몸이 좀 아프고 배가 조금씩 나오는 느낌이 들어 불안한 마음에 임신 테스트기를 했더니 임신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난 뒤 연락했지만 남성은 "그 아이가 내 아이라는 증거 있냐. 중절 수술해라. 난 책임 못 진다"라고 말했다.
A 씨는 이 사실을 아버지게 털어놨다. 아버지는 남성에게 연락해 "우리 딸 책임져. 결혼해. 아니면 이 일로 평생 상처 입은 만큼의 보상을 해. 약정서 써. 그렇지 않으면 중절 수술은 없다"라고 말했다.
결국 남성은 "3개월 안에 결혼하겠다. 만약 결혼하지 않으면 위약금으로 3억 원을 주겠다"라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중절 수술을 받고 나자 남성은 태도를 바꿨다. 그는 "결혼할 사람이 따로 있다. 그 약정서는 너희 아빠가 협박해서 쓴 거니까 무효다"라며 연락을 끊었다.
A 씨는 "저는 너무 억울하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그 약정서로 뭘 할 수 있을까.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하냐. 아니면 약속한 3억 원을 달라고 해야 할까. 저는 지금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토로했다.
김미루 변호사는 "두 사람 사이에 진정한 '약혼'이 성립했다고 보긴 어렵다. 따라서 약혼 파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는 어렵다. 하지만 '결혼하지 않으면 3억 원을 지급하겠다'는 약정서가 있다면 그 약정 자체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방이 '강박 때문에 썼다'고 주장하더라도 폭행이나 감금 같은 위법한 강박이 아니라면 무효로 보기 어렵다. 다만 약정된 3억 원 전액을 다 받을 수 있을지는 별개다. 우리 법은 위약금이 과도한 경우 감액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이 사안 역시 실제 손해나 위자료 수준을 고려해서 법원이 금액을 줄여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덧붙였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