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지난 9일 서울 시내 한 택배물류센터에서 노동자가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나흘 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구역을 배송하는 택배기사 B(51)씨는 오전 7시 출근 직후 구토 증상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이튿날 경기 연천에선 오후 9시께 귀가한 택배기사 C(53)씨가 의식을 잃고 숨졌다.
이들이 사망한 당일 날씨는 습도가 90%에 달하거나 최고 기온이 35도에 달했다.
같은 택배사에서 일하는 이들의 사망과 폭염 간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지만, 택배노조는 “충격이 오면 약한 고리가 먼저 끊어지듯 노약자와 기저질환자를 중심으로 폭염에 의한 사망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폭염에 야외에서 짐을 싣고 하루 2만~3만 보 이상을 걷고 뛰며 배송하는 택배 종사자들이 직격탄을 맞아 긴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규제개혁위원회는 이날 재심사를 통해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경우 근로자에게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 시간을 부여하도록 하는 규정을 포함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특수고용노동자’에 해당하는 택배 노동자는 제외됐다.
택배사들은 휴식 기간을 의무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들 업체는 일부 배송 지연 사례가 생길 수 있다며 고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쿠팡은 이날 영업점 소속 배송 기사들이 여름휴가를 갈 수 있도록 대체 인력 투입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은 혹서기 모든 작업장에서 근무시간 1시간마다 10분, 혹은 2시간마다 20분의 휴식시간을 의무 적용한다. 또 택배기사들에게 자율적으로 작업중지권을 부여하고 지연 배송 책임도 묻지 않기로 했다.
한진도 최근 대전메가허브 터미널에 냉방기를 증설하고 작업장 온도가 33도를 넘어서면 ‘50분 근무, 10분 휴식’ 원칙을 적용한다. 아울러 택배기사의 오전 근무 시간을 늘리고 무더운 시간대를 피해 배송하는 등 탄력 근무 운영에 나선다.
택배업계와 고용노동부는 지난 2020년 택배 종사자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다음 달 14일을 ‘택배 쉬는 날’로 정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여기에 동참하지 않았던 쿠팡의 물류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주6일 배송을 선택한 주간 배송 기사가 반기마다 최소 한 차례 이상 쉬는 의무 휴무제를 올해 도입해 ‘원하는 계절에 쉴 수 있는 택배 없는 날’을 운영하고 있다.